걱정마, 내가 당신 지켜줄께!
화려한 라스베가스 거리에서 가난에 허덕이는 댄스 학원 강사 제이(리틱 로샨)는 위장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삼류인생이다. 어느 날 제이에게 찾아온 카지노 계 대부의 딸 지나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을 한 순간에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제이가 처음으로 마음을 준 11번째 위장결혼 상대자이자 현재까지 법적으로 그의 아내 린다가 미래 처남의 약혼녀인 나타샤(바바라 모리)로 나타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에 제이와 린다는 이혼을 위한 마지막 만남을 기약하지만 그들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제이와 린다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두 연인은 도피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인도에서 개봉하여 발리우드 역사상 개봉일 최고 관객 동원을 기록한 <연>은 동시대 인도 대중영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라스베가스에서 촬영하고 인도 혈통의 이민자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발리우드 특유의 댄스 시퀀스를 빠트리지 않으면서도 전지구적으로 대중적 호소력을 지닌 멜로와 액션 장르 규범에 충실한 대작 오락영화이다. 열 번의 위장결혼으로 생계를 꾸리며 쾌락을 지향하는 J의 삶에 일대변화가 찾아온 것은 라스베가스 카지노 업계거부의 약혼녀를 만나면서부터 이다. 두 사람은 금지된 사랑에 빠지고 격렬한 폭력을 동반한 도피와 추격이 시작된다. 빠른 편집, 이국적 풍광, 폭발적인 스펙터클, 비극적인 로맨스, 다문화, 다국적 언어. 때론 영화가 화보나 뮤직비디오가 되는 것도 피하지 않는다. 아누락 바수 감독은 여기서 인도와 미국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고, 밑바닥 계층과 최상위 계층의 계급적 경계를 넘나들고, 미국적 장르와 인도 특유의 장르적 경계를 넘나들면서 무국적 디아스포라 시네마라 할 만한 것을 만들어 냈다. 발리우드의 현대적 변용에 아찔한 속도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