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이탈리아의 귀족사회. 웰시 툴리오(지안카를로 지아니니)는 그의 친구들과 일반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그의 정부인 테레사(제니퍼 오닐)을 에스코트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그는 단 한 순간도 자신의 욕망을 만족스럽게 채우지 못한다. 반면 부인 줄리아나(라우라 안토넬리)는 그런 남편으로 인해 계속 고통에 시달린다. 그런데 사실상 툴리오와의 관계가 끝나다 시 피한 부인 줄리아나가 젊은 소설가와 사귀게 됐을 때 툴리오는 복잡한 심경이 된다. 이후 아내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되자, 툴리오는 결국 자살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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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소개]

** 루치노 비스콘티 Luchino Visconti (1906.11.02 ~ 1976.03.17)
세계 2차대전 후 이탈리아 영화산업 재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 중 한 사람이었던 비스콘티 감독은 이탈리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상류 가정에서 태어났고, 자유로운 젊은 보내면서 오페라와 연극을 성장시켰다. 그는 <강박관념>(1942)를 연출하며 초현실주의의 기초를 닦았으며, 20세기 이탈리아 예술을 특징짓는 네오 리얼리즘의 대표적 구현자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사회모순의 추궁과 변혁에 대한 자세가 그의 작품에 공통되는 과제이며 제2차 세계대전의 체험을 통해 이탈리아의 현실을 응시했다.

어머니는 음악가이고 아버지는 공작(公爵)이면서 연출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의 영화감독인 장 르누아르의 조감독으로 있었으며, 연극활동을 한 다음 1942년, 가족의 도덕적 붕괴를 다룬 자신의 데뷔작 <강박관념>을 발표하며 네오리얼리즘 운동의 선구자로 떠오른다. 제임스 M 케인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의 이탈리아 버전인 이 영화는 그러나 무솔리니 정부에 의해 불살라지고 만다.

1945년 <영광의 날들>을 공동 연출한 뒤 비스콘티는 그의 두 번째 영화 <흔들리는 대지>(1947)를 제작한다. 이 영화는 시실리 섬의 어느 작은 마을의 개척에 관한 이야기로 공식적인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운동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비스콘티 감독의 이후 작품들은 대단히 인간적인 색채를 띠고 있으며, 구성도 상당히 과장된 면모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의 주요 테마는 개척 세대와 혼란한 세상을 바꾸어 보려는 상류 계층의 이야기,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회 계층의 도덕의 몰락이나 자기기만과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여인>(1951)은 영화에 미친 스테이지 마마가 재능이 없는 딸을 스타로 만들려고 집착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로코와 형제들>(1960)은 전형적이고 소박한 이탈리아 남부 농부들이 밀라노로 이주하여 경제적 안정을 이루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깊이를 가진 예민한 영상은 연극의 경험을 살린 것이며, 현실을 드라마 속에 투입하여 엄밀한 구도를 형성했다. 세상의 비참은 자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학에서 온다는 메시지를 또렷이 하고 있는 이 영화들에는 비스콘티가 1930년대 파리에 체류하며 그 곳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받아들인 세계관이 배어있다. 특히 이 시기의 걸작 중 하나인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그때까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배우인 알랭 들롱을 과감히 기용하여 로코라는 주인공 역을 맡겨 일약 대배우로 키웠다. 비스콘티는 당시 스물세 살의 알랭 들롱을 보자마자 “로코다!” 하고 외쳤다는 일화가 있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도 이 영화에서는 단역이었지만 장차 대배우로 클 발판을 이 영화에서 마련했다.

비스콘티는 <살쾡이>에서 알랭 들롱과 카르디날레를 다시 기용해 걸작을 만들어냈다. 그 후에도 <살쾡이>(1963), <이방인>(1967), <지옥에 빠진 용사들>(1969),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 등을 내놓았다. <로코와 그의 형제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도시 노동자들의 이야기인 반면에 <살쾡이>는 한 귀족 가문이 역사의 수레바퀴에 밀려 차츰 조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시칠리아 3부작이 가장 비스콘티다운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후반기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비스콘티 자신의 동성애 취향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관능적 사랑의 아름다움을 그렸으며, 작가 만년의 걸작 이라는 찬사와 의미 없는 데카당스의 향연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비스콘티는 <순수한 사람들>의 촬영을 끝낸 후 편집을 남겨놓은 채 1976년 3월 17일 브람스의 교향곡을 들으며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