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목사로 둔 요한은 자유분방한 사나이로, 신학대학에 입학했다가 휴학하게 된다. 외국어에 능통한 카츄사병으로 편한 군대 생활을 하다가 제대 후 미8군 교육센타 교관으로 근무하게 되는데, 미본토 군사학교 교원으로 선발되어 이민으로의 길이 열리자 서둘러 결혼을 한다. 희망에 차 있던 요한은 눈에 이상이 오게 되어 치료에 전념하지만 결국 실명한다. 절망에 빠진 요한은 방황하던 중 찬란한 광채와 함께 하늘의 목소리를 듣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고 새로운 각성과 용기를 얻는다. 서울역까지 흘러들어간 요한은 구두닦이 꼬마 진용과 친하게 되어 그의 도움으로 잠자리를 얻고 자신의 소명을 깨닫는다. 요한은 신학공부의 길을 찾던 중 뉴욕의 헬렌켈러 재단으로부터 신학공부에 필요한 것을 지급 받게 되고 맹인교회를 시작한다. 안요한 목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청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렌즈의 초점을 나가게 하거나 흑백 화면을 활용하는 등 주인공의 구원의 여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 위한 이장호 감독의 실험 정신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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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소개

이장호 1945.1.16

1980년대의 대표적 감독. 1945년 서울 출생으로 홍익대 건축미술학과를 중퇴하고 1965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필름에 입사했다. 신상옥 감독의 <무숙자>와 <내시>의 조감독 생활을 했으며, 1970년대 청춘영화의 대표작인 <별들의 고향>(1974)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최인호 원작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빅히트를 기록했으며, 연이어 만든 영화 <어제 내린 비>(1974)도 흥행에 성공하여 청춘영화 감독으로 부상했다. 1976년 대마초 흡연으로 감독직을 박탈당해 4년 동안 공백기를 가지면서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인 인식을 넓혔다. 이후 감독에 복직해 연출한 <바람불어 좋은날>(1980)로 다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1980년대를 풍미하면서 한편으로는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들어 작가로서 인정을 받았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상업적인 의도로 기획된 영화들을 만들어 흥행감독으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사회파 감독이라는 칭호를 얻은 <바람불어 좋은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과부춤>(1983), <바보선언>(1983)은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에 속하는 영화이다. <바보선언>은 사회에 대한 우화적인 영화로 당시에 신선함을 주었으며,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가장 진지한 작품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칼리가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무릎과 무릎사이>(1984), <어우동>(1985)은 당시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수많은 아류작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사회적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를 살펴보면, 먼저 <바람불어 좋은 날>은 이 사회의 경제 발전기에 토지 개발 열풍을 서술 구조 속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삼으면서 빈부의 갈등, 도시와 농촌의 갈등 그리고 도덕적인 것과 비도덕적인 것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남대문 시장을 배경으로 무작정 상경한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과 소외를 감각적으로 포착했다. 당시 사회 현실을 감독이 직접 조사하여,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알려져 있다. <어둠의 자식들> 역시 사창가의 인물을 주인공으로하여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의 사회학적 접근을 통하여 만들어진 영화이며, 밑바닥 인생에 대한 애정과 감성적 공감대를 이끌어 낸 영화이다. <바보 선언>은 두 남자와 한 창녀의 여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그의 다른 영화와는 달리 관습적인 서술 구조를 벗어나 있으며, 극도의 상징과 비약을 사용해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표현한 실험적이고 이색적인 영화이다. 거의 대사가 없으며 음향효과와 배경음악을 사용해 인물들의 감성을 표현했으며, 또한 인물들의 몸짓, 표정 등에 의해 상황 묘사와 스토리의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시기의 그의 영화들은 이후 배창호, 장선우, 박광수, 신승수 등과 같은 한국 영화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측면에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영화 가운데 <무릎과 무릎사이>는 성폭행으로 상처를 입은 여대생을 다룬 영화이며, <어우동>도 폐쇄적인 제도와 윤리 속에 억압받는 여인이 남성위주의 윤리에 정면으로 대결한다는 점에서 사회성이 엿보인다.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를 포함해 그의 상업적 영화들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관습적인 틀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장호의 외인구단> 이후 자신의 영화사를 차린 그는 유영진 감독의 <깜동>, 송영수 감독의 <핸드백 속의 이야기>, 오병철 감독의 <숲속의 방>을 제작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들어 <명자, 아끼꼬, 쏘냐>(1992)와 <바보선언>의 속편처럼 만들어진 <천재선언>을 감독했으나 특별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