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스토리>에 이어 배창호 감독이 연출하고 부인 김유미
가 주연한 작품으로, 순이라는 한국 여인의 인생 역정을 그
린 수작이다. 떠들썩한 전통 혼례식으로 시작하여, 마음을
담아 옹기를 빚어내는 장인의 모습, 보수적인 틈바구니에
서 \'보쌈\'이라는 풍습이 만들어낸 관용의 정서, 마음을 움
직이는 구수한 우리의 소리 등 잊혀진 우리 문화의 일면들
을 탁월하면서도 아름다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4
계절을 담은 수려한 화면이 이야기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
고 있다. 프랑스 베노데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들이 뽑은 관객상을 수상했다.

온통 축제 분위기의 시골 혼인식. 연지곤지 찍고 시집간
열 여섯 순이의 부푼 꿈은 겨우 열 살쯤 된 꼬마신랑의 철
없음과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로 무너져간다. 꿋꿋한
의지로 힘겨운 10년을 지낸 어느 날, 유학갔던 신랑은 신
여성을 데려온다. 어느 바람 몹시 불던 날, 순이는 둘의 밀
회장면을 목격하고 자신과 이혼하겠다는 소리를 듣고 만
다. 혹독한 시집살이와 달리 예상치 못하게 자신을 위로하
는 시어머니의 따스함에 감동하지만, 두 사람의 뜨거운 애
정을 확인한 순이는 조용히 아내의 자리를 내주고 만다.
몇 년이 지난 후, 산골마을에서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튼 순
이. 옹기장수 덕순은 혼자 사는 고운 모습의 순이를 사랑하
게 된다. 덕순은 술기운을 빌어 순이를 보쌈해오고, 순이
는 옹기마다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것을 보고 그의 구애를
받아들인다. 산 속 옹기터에서 생애 처음으로 남녀간의 사
랑을 알고 사랑에 흠뻑 취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도 잠
시.
어느 날 옹기 팔러나갔던 덕순은 술에 만취해 갑자기 내린
비로 불어난 강물에 빠져 싸늘하게 주검으로 돌아오고 순이
는 또다시 혼자가 되고 만다.
산간 마을에 터를 잡고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게 된 순이는
어느 날 남편의 노름빚에 소장수에게 팔렸다가 도망친 복녀
와 그의 아들 돌이를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면
서 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소장수에게 다시 잡힌 복녀는 결
국 어린 돌이를 남기고 소장수에게 돌아가고 만다. 이제 60
이 넘은 순이. 어느새 대학생으로 장성한 아들 돌이가 대처
에서 돌아오는 주말이면 신작로에 나와 기다린다.

-극장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