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12월 13일, 중국의 수도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은 중국군과 민간인을 상대로 6주에 걸친 잔혹한 살육행위를 시작했다.

쯔진산(紫金山)과 양쯔강(揚子江)으로 막히고, 중국 정부마저 포기해 버린 난징의 시민들은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일본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천 수만명의 중국인들은 기관총 세례를 받거나 목이 베인 후 강에 던져졌고, 산채로 태워졌다.
또 가축처럼 묶인 채 일본군 총검술의 연습물이 되고, 100명 목 베기 경쟁 중에 희생됐다.
여성은 노소를 막론하고 강간 후 무참하게 죽임 당했다.

40여일간 인구의 절반이 넘는 30여만이 학살당한 난징은 말 그대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도살’장이었다.


* 조준묵 PD의 난징 취재기

우리에게 난징 학살은 무엇일까?
나는 왜 이 프로그램을 위해 밤을 새고 있을까?
음악 감독에게 질문을 받았다.

“근데 왜 난징을 갖고 다큐멘터리를 하고 있는 거지요?”

사실 솔직히 고백하면 이 질문은 처음 ‘난징’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부터 내내 따라다니는 고민이었다.

명백하게 대량 학살이 벌어진 ‘난징 학살’을 일본 사회가 어떻게 소화하는지가 현재 일본 사회의 과거 역사에 대한 태도를 보여줄 일종의 ‘리트머스’가 될 것이고, 되풀이되고 있는 과거사 분쟁의 해결 방향을 보여줄 일종의 ‘방향등’이 될 거라고 멋있는 대답을 한들 이 고민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왠지 계속 남의 다리를 긁고 있는 기분.
고민의 답은 역시 나로 돌아와야 했다.

특히 다큐멘터리가 제작자의 자기 질문과 자기 검열 없이는 가면과 폼 잡기에 불과하다는 원론에 비추어 봐도 그랬다. 난징에 대한 프로그램의 고민, 그리고 그 답은 나를 포함해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숨겨져 있는 ‘악마성’에 대한 견제였다.

진지한 자기 반성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일본 사회의 집단의 기억은 어떤 형태를 띄고 있고, 그런 기억이 현재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특히, 전쟁과 집단주의라는 에너지가 집중되는 시기에 더더욱 겉잡을 수 없이 분출되는 악마성에 대한 견제를 위해 반드시 일상적이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아이리스 장은 자신의 책 ‘The Rape of Nanking`을 쓰면서 항상 조지 산타야나의 경고를 마음 깊이 새겼다고 한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