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끝없는 전쟁을 벌이는 두 세력이 있었다. 하나는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젠트라디군, 또 하나는 여자들만의 세력인 멜트란디군. 그리고 서기 2001년 그 싸움은 지구로까지 번진다.
갑작스런 공격에 태양계 외각으로 튕겨나간 우주요새 마크로스. 그 안에는 도시가 형성되어 시민들은 지구로의 귀환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존재였던 인기 가수 린 민메이. 통합군 발키리 부대의 파일럿 이치조 히카루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상관인 하야세 미사와의 사이에서 싹튼 새로운 감정에 흔들린다.
치열한 전황 속에서 마크로스는 민메이의 노래를 무기로 인류의 존망을 건 최후의 싸움에 나선다.


1999년는 <마크로스> 탄생 15주년으로서 TV 시리즈가 재발매 되었는데, 이번에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또 다른 정점이었던 극장판 <사랑, 기억하시나요>가 최신 미디어인 DVD로 나오게 되었다. 이 작품의 개봉 당시에는 비디오조차 일반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 극장판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 - 사랑, 기억하시나요>(이하, 극장판 마크로스)는 대히트했던 TV 시리즈의 종료와 거의 동시에 제작이 결정됐다. 감독도 TV판의 원안, 각본, 콘티, 메카닉 디자인 등 다방면을 담당했던 카와모리 쇼지와 이시구로 노보루가 공동으로 맡았다. TV판의 핵심 제작진 역시 그대로 참여했다. 또한 영화판의 중요한 요소인 미술면에서도 미야마에 미츠하루가 가세하는 등 최정예 스탭들로 구성됐다.
제작기간은 약 1년. 개봉전해 가을에는 카와모리 씨의 원안을 바탕으로 한 토미타 스케히로의 시나리오가 완성.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탓에 그 원고를 바탕으로 카와모리 감독이 직접 콘티까지 그리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이후 작화, 미술, 색체설계, 음악 등의 작업이 모두 병행되는 고된 일정이 개봉 직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특히 그 중심이 된 카와모리 감독은 젊은 혈기 하나로 사생활은 물론 자는 시간까지 줄이며 작품에 매진했다. 그의 정열에 모든 관계자들이 감화되어, 실로 모든 이들이 자신의 실력 이상을 발휘하게 되었다. 때문에 이 작품은 단순한 과거의 히트작이 아닌, 지금 시점에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이 작품의 스탭들 가운데 여러 실력자들이 배출되었지만 여기선 언급하지 않겠다).
TV 시리즈 <마크로스>에는 다양한 히트 요소가 있었다. 미키모토 하루히코에 의해 그려진 참신한 매력의 캐릭터들(당시에는 마치 만화 동인지의 인물들 같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엉터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기상천외한 스토리 전개, 전투기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아이디어(게다가 제대로 된 장난감까지 나왔다!), '이타노 서커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던 박력 만점의 전투씬, 그리고 '린 민메이'라는 작품 속 아이돌의 여러 히트곡(실로 버철 아이돌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등,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극장판 마크로스>는 이러한 요소들을 한데 아우르면서도 보다 깊이 있는 테마에 도전한 작품이다. 그것은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며, 그 남녀가 사는 '도시', 그리고 그것을 장식하는 '노래'의 존재이다. 물론 TV판의 주인공이었던 이치조 히카루, 린 민메이, 하야세 미사의 삼각관계를 둘러싼 남녀의 연애 또한 하나의 테마였다. 하지만 <극장판 마크로스>는 그 삼각관계에 젠트라디, 멜트란디, 그리고 지구라는 또 다른 삼각관계를 더해, 남녀의 사랑이라는 테마를 그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히카루와 민메이, 히카루와 미사, 그리고 세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하나같이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예컨대, 히카루와 민메이가 공원에서 첫 데이트하는 장면.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메이에게 달려가던 히카루는 그녀에게 말을 걸기 전에 가려진 곳에서 숨을 고른다. 첫 데이트의 떨리는 마음을 연출한 것이다. BGM 역시 그 장면의 의미에 맞게 선곡되었다. 그러한 부분들을 주의 깊게 감상하면, 앞서 이 작품을 본 사람들 역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메카닉 액션의 묘사도 그에 못지않은 힘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의 메카닉 작화감독이었던 이타노 이치로는 이 작품의 볼거리를 묻는 질문에, "눈 깜빡하지 말라(한 프레임도 놓치지 마라)"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남겼는데,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 표현에 합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DVD는 발매 당시에는 없었던 엔딩과 돌비 서라운드 음향(극장 개봉 시에는 모노)의 추가 등, LD판에는 없었던 세세한 수정을 거친 '완전판'이다. DVD라는 미디어와 함께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감상해주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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